DESIGNER

REBECCA HEIN

2026 SEP



Meet the Society가 이번엔 코펜하겐으로 떠난다. 덴마크 디자인에 조각 같은 아름다움을 더한 브랜드, 하인 스튜디오(Hein Studio)의 창립자 레베카 하인에게 그 시작과 지금을 물었다. 화병 하나도 단순히 꽃을 담는 데 그치지 않길 바라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예술과 일상이 한 사물 안에서 번지는 순간을 들여다본다.




Intro · 무언가를 만들어야 했던 마음

레베카는 언제나 손으로 무언가를 빚어내야 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적부터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고, 몇 시간이고 제 방의 가구를 옮겨가며 공간을 다듬곤 했다. 남들과 다른 옷을 입고 싶어 직접 옷을 지어 입기 시작한 그녀는 이내 친구들의 옷까지 만들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은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가 지닌 진짜 의미를 처음으로 일깨워준 순간이었다.



“내가 만든 무언가가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깊이 느꼈던 것 같아요.”

— Rebecca Hein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여러 덴마크 패션 브랜드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만드는 일 자체는 즐거웠지만, 한 계절이 지나면 매장에서 사라져버리는 옷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일에는 점차 회의감이 들었다. 그녀가 진정 바란 것은 곁에 오래도록 남는 물건이었다.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근사하고 가치 있는 그런 사물들 말이다.


세 아이를 낳고 5년 동안 집에 머물면서, 집은 그녀의 삶과 정체성에서 훨씬 더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우리를 둘러싼 공간과 사물이 마음의 결이나 사람 간의 관계,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얼마나 깊게 스며드는지 몸소 깨달은 시간이었다.




어느 날 남편 브라이언과 함께 걸어가던 산책길에서 레베카는 인테리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꺼내놓았다. 강렬하고 명확하게 찾아온 확신이었다. 브라이언의 답은 무심한 듯 따뜻했다. “그게 당신이 정말 원하는 일이라면, 정원에 작은 작업실부터 지어줄게.” 하인 스튜디오는 그렇게 2016년, 정원 구석의 작고 아늑한 스튜디오에서 첫발을 내딛었다.


초기 몇 년 동안 낮에는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고, 저녁과 주말에는 제품을 기획하며 생산처를 찾아 헤맸다. 웹사이트를 다듬고 브랜드만의 시각적인 색채를 하나씩 쌓아나갔다. 누구의 도움도 받기 어려워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홀로 배워나가야 했다. 옆에서 재고 정리와 포장 같은 실무를 묵묵히 돕던 남편 브라이언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브랜드에 정식 합류했고, 현재는 그가 CEO를, 레베카가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맡아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Beauty · 화병은 결코 화병이 아니다

하인 스튜디오의 문을 열 무렵, 레베카는 덴마크 디자인에 어딘가 아쉬운 구석이 있다고 느꼈다. 그동안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지나치게 간결하고, 정제되어 있으며, 절제미만을 강조하곤 했다. 그녀가 여기에 더하고 싶었던 건 조형미가 돋보이는 예술적인 감각이었다. 본래의 쓰임에 충실하면서도,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한 번 더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존재감이 선명한 사물.



“저에게 화병은 단순히 꽃을 꽂아두는 물건이 아니에요.

사랑하는 이들과 모여 앉는 식탁 중앙을 채우는 사물이자,

아이들이 하굣길에 들꽃 한 줄기를 꺾어오거나

누군가 마음을 담아 건넨 꽃을 따스하게 품어내는 그릇이죠.”

— Rebecca Hein




이처럼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사물들은 결국 우리 삶의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기에, 하나의 예술 작품만큼이나 세심한 정성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예술과 기능적 사물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평범한 나날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하인 스튜디오가 가장 아끼는 핵심 가치다.




모든 디자인마다 저마다의 계절과 고민이 담겨 있어 하나만 고르기는 어렵지만, 그 철학을 가장 잘 담아낸 작품을 묻는다면 그녀는 솔리드 브라스로 만든 Ostrea 25 화병을 지목한다. 제 역할을 다하는 그릇이면서 그 자체로 근사한 조각품이 되어주는 화병. 최근 선보인 Eclipse 컬렉션과 Canyon 화병 역시 그녀가 요즘 가장 깊은 애정을 쏟는 작업이다. 특히 Canyon은 오랫동안 머릿속으로만 간직해온 구상을 마침내 현실로 완성해낸 결과물이다.




Inspiration · 자연의 날것, 도시의 에너지

레베카는 형태에 대한 기존의 틀을 무너뜨렸던 아티스트와 건축가, 조각가들에게서 큰 영감을 얻는다. 일본 특유의 여백의 미학부터 미드센추리 건축, 그리고 장 아르프와 이사무 노구치, 브랑쿠시 같은 거장들의 이름이 거기에 닿아 있다.


자연 역시 그녀의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커다란 영감의 원천이다. 숲과 바다를 곁에 두고 자란 그녀는 지금도 길가의 돌멩이와 절벽, 강과 바다, 수면 위로 둥둥 떠다니는 빙산과 잔잔한 물그림자에서 새로운 형태를 찾아낸다. 그녀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단순히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다. 물과 바람, 그리고 오랜 세월이 풍경 전체를 가만히 다듬어놓는 그 거친 생명력이기도 하다.




코펜하겐은 건축과 미술관, 패션과 문화, 그리고 저마다의 일상을 감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끊임없이 창작의 자극을 전해준다. 다만 도시는 쉬지 않고 머리를 굴리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반면 자연은 그와 전혀 다른 조용한 정적을 선물한다. 그녀의 작업은 결국 이 두 세계를 한자리에 모아두려는 시도다. 도시가 주는 감각적인 에너지와 자연이 지닌 특유의 유기적인 고요함.



Process · 손에서 시작되는 형태

레베카의 작업 과정은 이성보다 직관에 가깝다. 워낙 생각이 쉬지 않고 이어지다 보니, 아이디어는 산책을 하거나 미술관을 거닐 때, 벽난로 앞에 멍하니 앉아 있거나 잠들기 바로 직전에 불쑥 찾아오곤 한다. 그래서 늘 손 닿는 곳에 스케치북을 둔다. 어떤 디자인은 그 자리에서 일획으로 매끄럽게 그려지는가 하면, 어떤 아이디어는 종이 위에 첫 선을 긋기까지 수년 동안 마음 속에 고이 묵혀두기도 한다.




사물의 첫 형태는 주로 손으로 직접 빚어 만든다. 점차 많은 것들이 3D 프로그램으로 설계되고 AI로 뚝딱 만들어지는 시대지만, 손으로 만지고 느끼는 이 인간적인 시작을 그녀는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완성된 사물에도 만드는 이의 온기와 숨결이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드디어 완성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은,

그 사물이 내 마음 깊은 곳을 묵직하게 건드릴 때예요.

자꾸만 시선이 가고, 볼 때마다 새로운 디테일이 눈에 들어올 때죠.”

— Rebecca Hein




그 느낌이 운명처럼 즉시 찾아오는 디자인이 있는가 하면, 비례감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때까지 몇 달 동안 작업실에 두고 밀리미터 단위로 세심하게 수정해나가는 작업들도 있다.



Craft · 함께 만드는 사람들

하인 스튜디오의 많은 제품들은 사람의 손끝을 거쳐 태어난다. 그녀가 직접 빚어낸 원형을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구현해내는 일은 숙련된 장인들과의 긴밀한 호흡으로 이루어지는데, 그중에서도 인도의 장인들과 함께하는 작업은 그녀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녀가 손으로 모양을 낸 모델을 보내면, 장인들은 그것을 모래 주조(Sand Casting) 기법으로 정성스레 옮겨 담는다. 아무리 구현하기 까다로운 디자인이라도 방법을 찾을 때까지 다 함께 끈기 있게 매달리곤 한다.




하나의 제품에는 결국 만드는 양쪽 모두의 정성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긴다. 장인들은 디자인의 결을 명확히 이해하고 아름답게 완성해내지만, 그 과정 속에는 재료 고유의 성질과 만드는 사람의 손길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여지가 남아 있다.



“손으로 틀을 짜고, 광을 내고, 입으로 불어 만든 사물의 미세한 결들은

누군가 이 물건을 온 마음으로 빚고 다듬었다는 솔직한 증거예요.

그렇기에 저마다 조금씩 다르고, 흔한 기성품이 아닌

‘나만을 위한 물건’을 가진 듯한 감동을 전해주죠.”

— Rebecca Hein




세월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변화하는 재료를 아끼는 마음 역시 여기서 시작된다. 황동은 시간이 흘러 그윽한 파티나를 입고, 돌은 저마다 독특한 결을 드러내며, 유리는 질감과 형태에 따라 빛을 다채롭게 반사한다. 사물은 쓰임을 얻고 공간의 일부로 스며들면서 한층 더 멋스러워질 수 있다고 그녀는 믿는다.




Home · 쇼룸이 아닌 집

집은 레베카가 온전히 긴장을 풀고 에너지를 다시 채우며 가족들과 가장 따뜻하게 교감하는 장소다. 그녀가 사랑하는 공간은 온기와 개인의 취향이 살아 있는 집이다. 아름다운 사물들과 겹겹이 쌓인 추억, 예상치 못한 위트 있는 디테일로 채워진 공간. 집은 결코 매끈하고 차가운 쇼룸처럼 보여선 안 되며, 그곳에 사는 사람의 일상과 삶을 은연중에 보여주어야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남편 브라이언과 세 아이, 그리고 강아지가 함께 복작거리며 살아가는 집은 활기차고 역동적인 진짜 일상까지도 기꺼이 품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새롭게 짓고 있는 집 역시 그곳을 채울 식구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세심하게 다듬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방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 꾸미고, 거실과 같은 공용 공간은 가족들이 자연스레 모여들 수 있도록, 그리고 크리스마스처럼 가족이 모이는 날에도 여유롭게 품을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이전 집에서 가장 정이 많이 갔던 장소는 단연 벽난로 옆이었다. 겨울만 되면 모두가 그 온기 넘치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아웅다웅했기 때문이다. 온기와 편안함, 그리고 ‘함께 있음’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였다. 부엌 역시 늘 자연스러운 모임의 아지트였다. 다 함께 요리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으로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온 곳이다.




Philosophy · 존재를 증명하는 사물

TPS ·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물건, 그리고 손으로 빚어낸 수공예의 가치. 이것이 TPS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이미 수많은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물을 만들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레베카 · 저는 세상에 또 하나의 제품을 보태기 전에, 그 사물이 스스로 존재할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고 믿어요. 시대를 뛰어넘는 아우라를 지녀야 하고, 뛰어난 품질로 만들어져야 하며, 곁에 두는 사람에게 특별한 감흥을 안겨주어야 하죠. 우리가 곁에 두는 사물의 수명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디자인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오랫동안 애지중지 간직하고 싶어 하는, 언젠가는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은 물건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하인 스튜디오가 나아갈 길입니다.




Closing · 특별한 것을 발견하는 기쁨

TPS · 누군가의 일상에 하인 스튜디오의 제품이 놓일 때,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을 느끼길 바라나요?


레베카 · 나만의 아주 특별한 취향을 발견했다는 기쁨을 느끼면 좋겠어요. 집에 둔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고, 놀러 온 친구나 가족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은 그런 물건이 되었으면 하죠. 무엇보다, 처음 손에 쥐었던 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그 사물이 일상 속에서 지속적인 미소를 안겨주길 바랍니다. 하인 스튜디오가 덴마크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 — 즉 예술과 조각, 장인정신과 일상의 쓰임이 하나의 사물 안에서 완벽하게 공존하는 길을 열어젖힌 브랜드로 기억되는 것, 그것이 제 오랜 꿈입니다.





HEIN STUDIO

Making everyday extraordinary · Copenhagen


🔗 인스타그램  🔗 하인 스튜디오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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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ECCA HEIN

2026 SEP



Meet the Society가 이번엔 코펜하겐으로 떠난다. 덴마크 디자인에 조각 같은 아름다움을 더한 브랜드, 하인 스튜디오(Hein Studio)의 창립자 레베카 하인에게 그 시작과 지금을 물었다. 화병 하나도 단순히 꽃을 담는 데 그치지 않길 바라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예술과 일상이 한 사물 안에서 번지는 순간을 들여다본다.




Intro · 무언가를 만들어야 했던 마음

레베카는 언제나 손으로 무언가를 빚어내야 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적부터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고, 몇 시간이고 제 방의 가구를 옮겨가며 공간을 다듬곤 했다. 남들과 다른 옷을 입고 싶어 직접 옷을 지어 입기 시작한 그녀는 이내 친구들의 옷까지 만들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은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가 지닌 진짜 의미를 처음으로 일깨워준 순간이었다.



“내가 만든 무언가가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깊이 느꼈던 것 같아요.”

— Rebecca Hein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여러 덴마크 패션 브랜드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만드는 일 자체는 즐거웠지만, 한 계절이 지나면 매장에서 사라져버리는 옷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일에는 점차 회의감이 들었다. 그녀가 진정 바란 것은 곁에 오래도록 남는 물건이었다.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근사하고 가치 있는 그런 사물들 말이다.


세 아이를 낳고 5년 동안 집에 머물면서, 집은 그녀의 삶과 정체성에서 훨씬 더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우리를 둘러싼 공간과 사물이 마음의 결이나 사람 간의 관계,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얼마나 깊게 스며드는지 몸소 깨달은 시간이었다.




어느 날 남편 브라이언과 함께 걸어가던 산책길에서 레베카는 인테리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꺼내놓았다. 강렬하고 명확하게 찾아온 확신이었다. 브라이언의 답은 무심한 듯 따뜻했다. “그게 당신이 정말 원하는 일이라면, 정원에 작은 작업실부터 지어줄게.” 하인 스튜디오는 그렇게 2016년, 정원 구석의 작고 아늑한 스튜디오에서 첫발을 내딛었다.


초기 몇 년 동안 낮에는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고, 저녁과 주말에는 제품을 기획하며 생산처를 찾아 헤맸다. 웹사이트를 다듬고 브랜드만의 시각적인 색채를 하나씩 쌓아나갔다. 누구의 도움도 받기 어려워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홀로 배워나가야 했다. 옆에서 재고 정리와 포장 같은 실무를 묵묵히 돕던 남편 브라이언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브랜드에 정식 합류했고, 현재는 그가 CEO를, 레베카가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맡아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Beauty · 화병은 결코 화병이 아니다

하인 스튜디오의 문을 열 무렵, 레베카는 덴마크 디자인에 어딘가 아쉬운 구석이 있다고 느꼈다. 그동안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지나치게 간결하고, 정제되어 있으며, 절제미만을 강조하곤 했다. 그녀가 여기에 더하고 싶었던 건 조형미가 돋보이는 예술적인 감각이었다. 본래의 쓰임에 충실하면서도, 지나가는 이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한 번 더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존재감이 선명한 사물.



“저에게 화병은 단순히 꽃을 꽂아두는 물건이 아니에요.

사랑하는 이들과 모여 앉는 식탁 중앙을 채우는 사물이자,

아이들이 하굣길에 들꽃 한 줄기를 꺾어오거나

누군가 마음을 담아 건넨 꽃을 따스하게 품어내는 그릇이죠.”

— Rebecca Hein




이처럼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사물들은 결국 우리 삶의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기에, 하나의 예술 작품만큼이나 세심한 정성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예술과 기능적 사물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평범한 나날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하인 스튜디오가 가장 아끼는 핵심 가치다.




모든 디자인마다 저마다의 계절과 고민이 담겨 있어 하나만 고르기는 어렵지만, 그 철학을 가장 잘 담아낸 작품을 묻는다면 그녀는 솔리드 브라스로 만든 Ostrea 25 화병을 지목한다. 제 역할을 다하는 그릇이면서 그 자체로 근사한 조각품이 되어주는 화병. 최근 선보인 Eclipse 컬렉션과 Canyon 화병 역시 그녀가 요즘 가장 깊은 애정을 쏟는 작업이다. 특히 Canyon은 오랫동안 머릿속으로만 간직해온 구상을 마침내 현실로 완성해낸 결과물이다.




Inspiration · 자연의 날것, 도시의 에너지

레베카는 형태에 대한 기존의 틀을 무너뜨렸던 아티스트와 건축가, 조각가들에게서 큰 영감을 얻는다. 일본 특유의 여백의 미학부터 미드센추리 건축, 그리고 장 아르프와 이사무 노구치, 브랑쿠시 같은 거장들의 이름이 거기에 닿아 있다.


자연 역시 그녀의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커다란 영감의 원천이다. 숲과 바다를 곁에 두고 자란 그녀는 지금도 길가의 돌멩이와 절벽, 강과 바다, 수면 위로 둥둥 떠다니는 빙산과 잔잔한 물그림자에서 새로운 형태를 찾아낸다. 그녀의 마음을 흔드는 건 단순히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다. 물과 바람, 그리고 오랜 세월이 풍경 전체를 가만히 다듬어놓는 그 거친 생명력이기도 하다.




코펜하겐은 건축과 미술관, 패션과 문화, 그리고 저마다의 일상을 감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끊임없이 창작의 자극을 전해준다. 다만 도시는 쉬지 않고 머리를 굴리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반면 자연은 그와 전혀 다른 조용한 정적을 선물한다. 그녀의 작업은 결국 이 두 세계를 한자리에 모아두려는 시도다. 도시가 주는 감각적인 에너지와 자연이 지닌 특유의 유기적인 고요함.



Process · 손에서 시작되는 형태

레베카의 작업 과정은 이성보다 직관에 가깝다. 워낙 생각이 쉬지 않고 이어지다 보니, 아이디어는 산책을 하거나 미술관을 거닐 때, 벽난로 앞에 멍하니 앉아 있거나 잠들기 바로 직전에 불쑥 찾아오곤 한다. 그래서 늘 손 닿는 곳에 스케치북을 둔다. 어떤 디자인은 그 자리에서 일획으로 매끄럽게 그려지는가 하면, 어떤 아이디어는 종이 위에 첫 선을 긋기까지 수년 동안 마음 속에 고이 묵혀두기도 한다.




사물의 첫 형태는 주로 손으로 직접 빚어 만든다. 점차 많은 것들이 3D 프로그램으로 설계되고 AI로 뚝딱 만들어지는 시대지만, 손으로 만지고 느끼는 이 인간적인 시작을 그녀는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완성된 사물에도 만드는 이의 온기와 숨결이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드디어 완성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은,

그 사물이 내 마음 깊은 곳을 묵직하게 건드릴 때예요.

자꾸만 시선이 가고, 볼 때마다 새로운 디테일이 눈에 들어올 때죠.”

— Rebecca Hein




그 느낌이 운명처럼 즉시 찾아오는 디자인이 있는가 하면, 비례감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질 때까지 몇 달 동안 작업실에 두고 밀리미터 단위로 세심하게 수정해나가는 작업들도 있다.



Craft · 함께 만드는 사람들

하인 스튜디오의 많은 제품들은 사람의 손끝을 거쳐 태어난다. 그녀가 직접 빚어낸 원형을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구현해내는 일은 숙련된 장인들과의 긴밀한 호흡으로 이루어지는데, 그중에서도 인도의 장인들과 함께하는 작업은 그녀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녀가 손으로 모양을 낸 모델을 보내면, 장인들은 그것을 모래 주조(Sand Casting) 기법으로 정성스레 옮겨 담는다. 아무리 구현하기 까다로운 디자인이라도 방법을 찾을 때까지 다 함께 끈기 있게 매달리곤 한다.




하나의 제품에는 결국 만드는 양쪽 모두의 정성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긴다. 장인들은 디자인의 결을 명확히 이해하고 아름답게 완성해내지만, 그 과정 속에는 재료 고유의 성질과 만드는 사람의 손길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여지가 남아 있다.



“손으로 틀을 짜고, 광을 내고, 입으로 불어 만든 사물의 미세한 결들은

누군가 이 물건을 온 마음으로 빚고 다듬었다는 솔직한 증거예요.

그렇기에 저마다 조금씩 다르고, 흔한 기성품이 아닌

‘나만을 위한 물건’을 가진 듯한 감동을 전해주죠.”

— Rebecca Hein




세월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변화하는 재료를 아끼는 마음 역시 여기서 시작된다. 황동은 시간이 흘러 그윽한 파티나를 입고, 돌은 저마다 독특한 결을 드러내며, 유리는 질감과 형태에 따라 빛을 다채롭게 반사한다. 사물은 쓰임을 얻고 공간의 일부로 스며들면서 한층 더 멋스러워질 수 있다고 그녀는 믿는다.




Home · 쇼룸이 아닌 집

집은 레베카가 온전히 긴장을 풀고 에너지를 다시 채우며 가족들과 가장 따뜻하게 교감하는 장소다. 그녀가 사랑하는 공간은 온기와 개인의 취향이 살아 있는 집이다. 아름다운 사물들과 겹겹이 쌓인 추억, 예상치 못한 위트 있는 디테일로 채워진 공간. 집은 결코 매끈하고 차가운 쇼룸처럼 보여선 안 되며, 그곳에 사는 사람의 일상과 삶을 은연중에 보여주어야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남편 브라이언과 세 아이, 그리고 강아지가 함께 복작거리며 살아가는 집은 활기차고 역동적인 진짜 일상까지도 기꺼이 품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새롭게 짓고 있는 집 역시 그곳을 채울 식구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세심하게 다듬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방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 꾸미고, 거실과 같은 공용 공간은 가족들이 자연스레 모여들 수 있도록, 그리고 크리스마스처럼 가족이 모이는 날에도 여유롭게 품을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이전 집에서 가장 정이 많이 갔던 장소는 단연 벽난로 옆이었다. 겨울만 되면 모두가 그 온기 넘치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아웅다웅했기 때문이다. 온기와 편안함, 그리고 ‘함께 있음’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였다. 부엌 역시 늘 자연스러운 모임의 아지트였다. 다 함께 요리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족으로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온 곳이다.




Philosophy · 존재를 증명하는 사물

TPS ·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물건, 그리고 손으로 빚어낸 수공예의 가치. 이것이 TPS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이미 수많은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새로운 사물을 만들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레베카 · 저는 세상에 또 하나의 제품을 보태기 전에, 그 사물이 스스로 존재할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고 믿어요. 시대를 뛰어넘는 아우라를 지녀야 하고, 뛰어난 품질로 만들어져야 하며, 곁에 두는 사람에게 특별한 감흥을 안겨주어야 하죠. 우리가 곁에 두는 사물의 수명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디자인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오랫동안 애지중지 간직하고 싶어 하는, 언젠가는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은 물건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하인 스튜디오가 나아갈 길입니다.




Closing · 특별한 것을 발견하는 기쁨

TPS · 누군가의 일상에 하인 스튜디오의 제품이 놓일 때,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을 느끼길 바라나요?


레베카 · 나만의 아주 특별한 취향을 발견했다는 기쁨을 느끼면 좋겠어요. 집에 둔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고, 놀러 온 친구나 가족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은 그런 물건이 되었으면 하죠. 무엇보다, 처음 손에 쥐었던 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그 사물이 일상 속에서 지속적인 미소를 안겨주길 바랍니다. 하인 스튜디오가 덴마크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 — 즉 예술과 조각, 장인정신과 일상의 쓰임이 하나의 사물 안에서 완벽하게 공존하는 길을 열어젖힌 브랜드로 기억되는 것, 그것이 제 오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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