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R

Filippa Fuxe · Nathalie Schuterman

2026 AUG



스톡홀름의 고요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아틀리에에서 시작된 특별한 이야기와 마주하게 된다. 조형적인 조각과 쿠튀르의 언어로 스칸디나비아 미니멀리즘 너머의 경계를 그리는 이머징 패션 하우스, 레오니(LEONÍ).


창립자 나탈리 슈터만, 디자이너 필리파 푹세가 스톡홀름의 아틀리에에서 손끝으로 빚어 올린 감각적인 세계를 들여다본다. 한 벌의 옷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깊은 변화가 마침내 한 인간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완성해가는 그 정교한 과정을.


Filippa Fuxe & Nathalie Schuterman · LEONÍ Atelier, Stockholm



Intro · 옷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순간

필리파에게 패션은 옷 그 자체보다 훨씬 이전부터 하나의 정체성이었다. 그녀의 관심은 영화와 연극에서 시작됐다. 옷을 입는 것만으로 한 사람이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 순간, 그리고 하나의 옷이 사람의 자세와 분위기, 나아가 스스로에 대한 감각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 이러한 감각은 지금까지도 그녀의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하나의 옷이 사람의 몸가짐과 태도를 바꾸고, 그 사람의 존재감,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감각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

그 감각이 언제나 저를 설레게 했어요.”

— Filippa



Filippa Fuxe



직접 옷을 짓기 시작한 건 십 대 시절, 할머니로부터 바느질을 배우면서부터였다. 두 사람은 마음에 드는 원단을 골라 패턴을 뜨고, 한 땀 한 땀 옷을 만들어갔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탐색하던 그 유년의 시절, 바느질은 그녀에게 자기 자신을 발견해가는 하나의 방식이 되어주었다.


Lore Wool Silk Sculptural Jacket




Beginning · 우리만의 세계

레오니는 필리파와 나탈리, 두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났다. 더욱 개인적이고 친밀한 이야기를 내어놓고 싶다는 바람, 그리고 정교한 장인정신과 입체적인 실루엣이 당당히 주인공이 되는 브랜드를 세우고 싶다는 갈망이 그 아득한 출발점이었다.



“처음부터 그저 옷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우리만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실루엣과 소재, 디테일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세계요.”

— Nathalie



LEONÍ · Stockholm




LEONÍ라는 이름에는 뚜렷한 정체성이 깃들어 있다. 여성적이면서도 강인하고, 나탈리가 애정하는 특유의 신비로움을 품은 이름. 그녀는 이름이 고정된 의미에 갇히기보다 하나의 감정을 실어 나르는 매개가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레오니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실루엣과 수공예, 특유의 표현 방식을 통해 스스로 깊은 의미를 채워왔다.


LEONÍ · 26SS Collection



두 사람 사이에는 짙은 창의적 시너지가 흐른다. 완성도와 비례, 미감에 대한 근본적인 감각을 공유하면서도 저마다의 시선을 지녔다. 하나의 단단한 비전 아래 서로에게 끊임없이 신선한 자극이 되어주는 그 균형이, 레오니를 지금의 모습으로 이끌어왔다.



Form · 몸 위에서 피어나는 조각

레오니를 설립하기에 앞서, 필리파는 오랜 시간 손으로 한 땀 한 땀 완성하는 커스텀 쿠튀르의 세계에 깊이 몸담으며 독보적인 감각과 기술을 체득했다. 형태와 실루엣의 한계를 과감하게 넘어섰던 쿠튀르 하우스에서의 오랜 경험은 그녀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었다. 극적인 아우라와 정교한 텐션을 잃지 않은 채, 그 쿠튀르적 조형 언어를 현대 여성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옷을 만드는 것. 그것이 필리파가 오랫동안 다져온 고유한 미학이자 목표였다.


LEONÍ · 27SS Runway



“저는 평면 위의 패턴에만 기대지 않고 드레이핑으로 작업해요.

천이 몸 위에서 직접 자신만의 형태를 찾아가도록요.

레오니의 구조적인 실루엣은 그렇게 태어납니다.”

— Filippa



LEONÍ · 27SS Collection



영감의 출발점은 대개 패션의 경계 밖에 존재한다. 필리파를 사로잡는 것은 앤티크 의상과 연극, 북유럽의 유서 깊은 텍스타일 공예다. 과거 의복이 지닌 정교한 아카이브와 연극 무대의 입체적인 텐션은 레오니 컬렉션에 극적이면서도 우아한 아우라를 더하고, 전통 텍스타일의 밀도 높은 공예성은 옷의 깊이감을 더해준다.


Anita Pallenberg, 1960s


Our Dancing Daughters, 1928


Traditional Breton Lace Makers, Bigouden



조각가들의 선 굵은 조형 언어 또한 필리파의 미학을 완성하는 중요한 원천이 되어준다. 리처드 세라의 웅장한 묵직함과 이사무 노구치의 유기적인 선 형태가 결합되어, 레오니 특유의 감각적이고 구조적인 조형 언어가 탄생한다.


Richard Serra · Inside Out, 2013


Isamu Noguchi · Slide Mantra Maquette, 1985



앤티크 쿠튀르가 지닌 매혹은 그 시대만이 품고 있는 정교함과 밀도 높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시대의 유산은 과거에 머무르는 대신 동시대 패션의 새로운 영감으로 피어난다. 아득한 역사 속에서 빚어진 입체적인 구조와 장식들이 현대적 감각을 통과하며 우아하게 재해석되는 것이다.


Dean Fringe Skirt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레오니의 실루엣은 독보적인 독창성을 획득한다. 과거의 헤리티지를 정중히 존중하면서도, 동시대 여성이 바라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우아하게 담아내는 디자인. 이는 단지 옷을 입는 행위를 넘어, 하나의 조각적 예술품을 몸 위에 두르는 감각적인 경험으로 연결된다.


Lore Wool Silk Sculptural Jacket



Detail · 착용자에게 건네는 여백

레오니는 단 하나의 피스 안에 무수한 가능성의 결을 레이어드한다. 버튼 루프로 탈부착이 용이한 숄을 결합한 시그니처 루니 카디건, 그리고 여밈의 위치를 변주해 여러 입체감을 자아내는 버튼 스탠드 셔츠처럼. 그들은 옷이 지닌 서사의 마지막 장을 입는 이의 몫으로 여백처럼 남겨둔다.


Rooni Shawl Cardigan



“저희는 착용하는 사람에게 여백을 남겨두고 싶어요.
옷이 그 사람만의 창의성으로 비로소 완성될 수 있도록요.”

— Filippa



Didion Silk Shirt



디테일은 언제나 그녀가 가장 깊이 몰입하는 영역이다. 손으로 직접 짜고 마감한 옷에는 미세한 결의 텍스처와 은은한 변주가 아로새겨진다. 레오니가 한정된 수량의 리미티드 에디션만을 고집하며 옷을 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간과 아틀리에의 손길을 듬뿍 들인 만큼, 옷은 획일화된 익명성에서 벗어나 저마다 독보적인 고유함을 품는다.


Dean Fringe Skirt



Atelier · 스톡홀름의 아틀리에

아틀리에의 하루는 단 하루도 같은 모습으로 흐르지 않는다. 끊임없는 드레이핑과 스케치, 몇 번이고 이어지는 피팅. 모든 프로토타입이 비로소 제 형태를 갖추어 가는 그곳에는 언제나 생동하는 창조적 에너지가 감돈다. 종이 위 스케치에서 원단 스와치로, 입체 목업에서 프로토타입으로, 그리고 마침내 완벽히 완성된 단 한 벌의 옷으로.


Stockholm Atelier



작업을 내려놓았을 때, 필리파는 일로부터 한 걸음 멀어진다. 달리고, 명상을 하고, 미술관이나 헬싱글란드에 위치한 여름 집으로 작은 여정을 떠난다. 일상의 팽팽한 속도에서 벗어나 고요한 어딘가에 온전히 머물 때, 비워진 공간 속으로 새로운 생각들이 대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Philosophy · 타협하지 않는다

TPS · 손으로 빚은 수공예적 가치,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레이어가 깊어지는 물건. 이것이 TPS가 추구하는 방향성입니다. 이미 옷이 차고 넘치는 세상 속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나탈리 · 좋은 디자인의 배경에는 뚜렷한 철학적 생각과 감정이 함께 존재해야 해요. 제게 디자인이란 비례와 물성, 그리고 옷이 인체와 맺는 유기적인 관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애쓰지 않은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가까이 다가설수록 뜻밖의 디테일을 펼쳐 보이는 디자인에 마음이 끌려요. 그리고 그 깊이감을 완성하는 핵심이 바로 장인정신입니다. 정성껏 잘 만들어진 피스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피부로 먼저 느껴지니까요.



“레오니를 만들며 가장 지키고 싶었던 단 하나의 가치는,

결코 그 ‘느낌’을 타협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설명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와닿는 아우라,

과하게 꾸미지 않아도 깊이가 느껴지는 그 미학적 감각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죠.”

— Nathalie



Nour Ribbed Silk Georgette Top



레오니는 그저 더 많은 옷을 양산해내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진정한 의미를 품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몰두할 뿐이다. 한 벌의 옷 뒤에 깃든 수공예적 가치와 시간, 그리고 치열한 과정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그들은 소량의 리미티드 에디션과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핸드메이드 피스만을 고집한다. 나탈리가 언제까지나 레오니라는 이름 아래 지켜내고자 하는 가치가 바로 이것이다.


Siena Draped Jersey Top




Balance · 여러 개의 나

일과 삶의 경계에 억지로 선을 긋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깊이 닮아 있다. 아직 피어나는 단계인 신생 브랜드 레오니는 아이처럼 세심한 시간과 온전한 정성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두 사람은 패션 바깥의 일상적인 경험이야말로 영감이 싹트는 진짜 터전임을 잘 알고 있다. 스쳐 지나가는 대화 한 조각, 눈길을 사로잡는 건축과 자연, 누군가가 몸을 움직이는 섬세한 방식까지. 아틀리에 문을 나선 뒤에도 그들의 영감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진다.


Nathalie’s daughter-in-law, Nathalie, grandson, and daughter



동시에 두 사람은 한 걸음 물러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웠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대개 애써 찾고 있지 않을 때 찾아오기 때문이다. 가족을 꾸리며 나탈리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모든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무엇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은 내려놓아도 되는지를 보다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나탈리에게 균형을 찾는다는 것은 자신을 하나의 모습으로만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여성에게는 야심 있는 사람, 현재에 충실한 사람, 창의적인 사람, 돌보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기대가 동시에 주어지지만, 삶은 결코 그렇게 선형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삶의 어느 시기에는 다른 부분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영역이 생기기도 하며, 나탈리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균형 잡으려 하기보다 자신의 모습이 계속 변화할 수 있도록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당신은 자신을 한 가지로만 규정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동시에 여러 사람일 수 있고, 의미 있고 야심 찬 삶을 원한다고 해서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 Nathalie



Nathalie’s family portrait



필리파의 일상은 창작과 삶이 자연스럽게 엉켜 있다. 스톡홀름의 집에서 작곡가인 파트너 야콥과 함께 생활하는 그녀의 공간은 다분히 창의적이고 보헤미안적인 기운으로 가득하다. 늦은 밤까지 한쪽에서는 옷을 꿰매고 다른 한쪽에서는 음악과 글을 써 내려가는 일상.



“작곡가인 파트너 야콥과 한 공간에서 각자의 창작에 몰두하는 밤.

서로 다른 예술적 언어가 교차하는 그 온도가 저에게 또 다른 감각적 자극이 돼요.”

— Filippa



Filippa and Jacob



필리파가 균형을 잡기 위해 붙드는 원칙은 자신의 직감을 믿는 것이다. 처음 어떤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접했을 때 옳다고 느껴지는 그 감각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녀는 그 감각에 가까이 머무르려 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압도당할 때면 그녀는 일을 단순화하고, 지금 이 순간 정말로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때로는 일에서 잠시 멀어지는 것 — 달리기를 하고, 고요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Closing · 처음 만나는 한국에게

TPS · 한국이 레오니를 처음 만납니다. 어떤 브랜드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필리파 · 레오니는 수공예와 여성미, 선명한 조형미를 기반으로 한 스웨덴의 이머징 패션 레이블이에요. 저희의 관심은 옷과 입는 사람의 개성이 이루는 미학적 교감에 있습니다. 옷이 몸을 드러내는 차원을 넘어 한 사람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는 방식을 탐구하죠. 수공예 디테일과 클래식한 기법을 동시대적인 실루엣 안에 조화롭게 세워가는 것이 저희 컬렉션입니다.


Lore Wool Silk Sculptural Jacket



나탈리 · 저희는 스칸디나비아의 유산에 뿌리를 두되, 흔히 기대되는 북유럽 미니멀리즘 너머를 바라봐요. 구조적인 형태와 관능, 움직임, 그리고 전통 수공예와 동시대 디자인 사이의 대화에 관심이 있죠. 저희는 천천히, 소량으로 작업하며 옷 뒤에 놓인 손과 사람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요.



“한국에서 레오니를 마주하는 분들이,

머리로 이해하기에 앞서 마음으로 먼저 무언가를 느끼기를 바라요.

그 안에 담긴 명확한 태도와 감정, 그리고 조용한 강인함을요.”

— Nathalie



Indira Silk Georgette Top



두 사람이 그리는 레오니의 미래는 선명하다. 거세게 밀려드는 트렌드를 맹목적으로 좇지 않아도 독보적인 정체성을 발휘하는 하우스. 수공예의 밀도와 아틀리에의 친밀함을 온전히 수호할 수 있을 만큼 유기적이되, 그들이 담아낸 여성성을 한눈에 알아보는 이들에게 가닿을 만큼 충분히 열려 있는 브랜드. 세월을 초월하되 결코 멈춰 서지 않는, 매 컬렉션마다 처음의 본질을 잃지 않은 채 깊이 있는 또 하나의 장(章)을 써 내려가는 공간. 필리파의 말처럼, 그들은 마침내 레오니가 ‘그 자체로 완벽한 하나의 세계’로 완성되기를 꿈꾼다.



LEONÍ

Craft, femininity and form · Stockholm


🔗 인스타그램  🔗 레오니 컬렉션



DESIGNER

Filippa Fuxe · Nathalie Schuterman

2026 AUG



스톡홀름의 고요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아틀리에에서 시작된 특별한 이야기와 마주하게 된다. 조형적인 조각과 쿠튀르의 언어로 스칸디나비아 미니멀리즘 너머의 경계를 그리는 이머징 패션 하우스, 레오니(LEONÍ).


창립자 나탈리 슈터만, 디자이너 필리파 푹세가 스톡홀름의 아틀리에에서 손끝으로 빚어 올린 감각적인 세계를 들여다본다. 한 벌의 옷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깊은 변화가 마침내 한 인간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완성해가는 그 정교한 과정을.


Filippa Fuxe & Nathalie Schuterman · LEONÍ Atelier, Stockholm



Intro · 옷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순간

필리파에게 패션은 옷 그 자체보다 훨씬 이전부터 하나의 정체성이었다. 그녀의 관심은 영화와 연극에서 시작됐다. 옷을 입는 것만으로 한 사람이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 순간, 그리고 하나의 옷이 사람의 자세와 분위기, 나아가 스스로에 대한 감각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 이러한 감각은 지금까지도 그녀의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하나의 옷이 사람의 몸가짐과 태도를 바꾸고, 그 사람의 존재감,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감각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

그 감각이 언제나 저를 설레게 했어요.”

— Filippa



Filippa Fuxe



직접 옷을 짓기 시작한 건 십 대 시절, 할머니로부터 바느질을 배우면서부터였다. 두 사람은 마음에 드는 원단을 골라 패턴을 뜨고, 한 땀 한 땀 옷을 만들어갔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탐색하던 그 유년의 시절, 바느질은 그녀에게 자기 자신을 발견해가는 하나의 방식이 되어주었다.


Lore Wool Silk Sculptural Jacket




Beginning · 우리만의 세계

레오니는 필리파와 나탈리, 두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났다. 더욱 개인적이고 친밀한 이야기를 내어놓고 싶다는 바람, 그리고 정교한 장인정신과 입체적인 실루엣이 당당히 주인공이 되는 브랜드를 세우고 싶다는 갈망이 그 아득한 출발점이었다.



“처음부터 그저 옷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우리만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실루엣과 소재, 디테일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세계요.”

— Nathalie



LEONÍ · Stockholm




LEONÍ라는 이름에는 뚜렷한 정체성이 깃들어 있다. 여성적이면서도 강인하고, 나탈리가 애정하는 특유의 신비로움을 품은 이름. 그녀는 이름이 고정된 의미에 갇히기보다 하나의 감정을 실어 나르는 매개가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레오니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실루엣과 수공예, 특유의 표현 방식을 통해 스스로 깊은 의미를 채워왔다.


LEONÍ · 26SS Collection



두 사람 사이에는 짙은 창의적 시너지가 흐른다. 완성도와 비례, 미감에 대한 근본적인 감각을 공유하면서도 저마다의 시선을 지녔다. 하나의 단단한 비전 아래 서로에게 끊임없이 신선한 자극이 되어주는 그 균형이, 레오니를 지금의 모습으로 이끌어왔다.



Form · 몸 위에서 피어나는 조각

레오니를 설립하기에 앞서, 필리파는 오랜 시간 손으로 한 땀 한 땀 완성하는 커스텀 쿠튀르의 세계에 깊이 몸담으며 독보적인 감각과 기술을 체득했다. 형태와 실루엣의 한계를 과감하게 넘어섰던 쿠튀르 하우스에서의 오랜 경험은 그녀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었다. 극적인 아우라와 정교한 텐션을 잃지 않은 채, 그 쿠튀르적 조형 언어를 현대 여성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옷을 만드는 것. 그것이 필리파가 오랫동안 다져온 고유한 미학이자 목표였다.


LEONÍ · 27SS Runway



“저는 평면 위의 패턴에만 기대지 않고 드레이핑으로 작업해요.

천이 몸 위에서 직접 자신만의 형태를 찾아가도록요.

레오니의 구조적인 실루엣은 그렇게 태어납니다.”

— Filippa



LEONÍ · 27SS Collection



영감의 출발점은 대개 패션의 경계 밖에 존재한다. 필리파를 사로잡는 것은 앤티크 의상과 연극, 북유럽의 유서 깊은 텍스타일 공예다. 과거 의복이 지닌 정교한 아카이브와 연극 무대의 입체적인 텐션은 레오니 컬렉션에 극적이면서도 우아한 아우라를 더하고, 전통 텍스타일의 밀도 높은 공예성은 옷의 깊이감을 더해준다.


Anita Pallenberg, 1960s


Our Dancing Daughters, 1928


Traditional Breton Lace Makers, Bigouden



조각가들의 선 굵은 조형 언어 또한 필리파의 미학을 완성하는 중요한 원천이 되어준다. 리처드 세라의 웅장한 묵직함과 이사무 노구치의 유기적인 선 형태가 결합되어, 레오니 특유의 감각적이고 구조적인 조형 언어가 탄생한다.


Richard Serra · Inside Out, 2013


Isamu Noguchi · Slide Mantra Maquette, 1985



앤티크 쿠튀르가 지닌 매혹은 그 시대만이 품고 있는 정교함과 밀도 높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시대의 유산은 과거에 머무르는 대신 동시대 패션의 새로운 영감으로 피어난다. 아득한 역사 속에서 빚어진 입체적인 구조와 장식들이 현대적 감각을 통과하며 우아하게 재해석되는 것이다.


Dean Fringe Skirt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레오니의 실루엣은 독보적인 독창성을 획득한다. 과거의 헤리티지를 정중히 존중하면서도, 동시대 여성이 바라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우아하게 담아내는 디자인. 이는 단지 옷을 입는 행위를 넘어, 하나의 조각적 예술품을 몸 위에 두르는 감각적인 경험으로 연결된다.


Lore Wool Silk Sculptural Jacket



Detail · 착용자에게 건네는 여백

레오니는 단 하나의 피스 안에 무수한 가능성의 결을 레이어드한다. 버튼 루프로 탈부착이 용이한 숄을 결합한 시그니처 루니 카디건, 그리고 여밈의 위치를 변주해 여러 입체감을 자아내는 버튼 스탠드 셔츠처럼. 그들은 옷이 지닌 서사의 마지막 장을 입는 이의 몫으로 여백처럼 남겨둔다.


Rooni Shawl Cardigan



“저희는 착용하는 사람에게 여백을 남겨두고 싶어요.
옷이 그 사람만의 창의성으로 비로소 완성될 수 있도록요.”

— Filippa



Didion Silk Shirt



디테일은 언제나 그녀가 가장 깊이 몰입하는 영역이다. 손으로 직접 짜고 마감한 옷에는 미세한 결의 텍스처와 은은한 변주가 아로새겨진다. 레오니가 한정된 수량의 리미티드 에디션만을 고집하며 옷을 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간과 아틀리에의 손길을 듬뿍 들인 만큼, 옷은 획일화된 익명성에서 벗어나 저마다 독보적인 고유함을 품는다.


Dean Fringe Skirt



Atelier · 스톡홀름의 아틀리에

아틀리에의 하루는 단 하루도 같은 모습으로 흐르지 않는다. 끊임없는 드레이핑과 스케치, 몇 번이고 이어지는 피팅. 모든 프로토타입이 비로소 제 형태를 갖추어 가는 그곳에는 언제나 생동하는 창조적 에너지가 감돈다. 종이 위 스케치에서 원단 스와치로, 입체 목업에서 프로토타입으로, 그리고 마침내 완벽히 완성된 단 한 벌의 옷으로.


Stockholm Atelier



작업을 내려놓았을 때, 필리파는 일로부터 한 걸음 멀어진다. 달리고, 명상을 하고, 미술관이나 헬싱글란드에 위치한 여름 집으로 작은 여정을 떠난다. 일상의 팽팽한 속도에서 벗어나 고요한 어딘가에 온전히 머물 때, 비워진 공간 속으로 새로운 생각들이 대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Philosophy · 타협하지 않는다

TPS · 손으로 빚은 수공예적 가치,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레이어가 깊어지는 물건. 이것이 TPS가 추구하는 방향성입니다. 이미 옷이 차고 넘치는 세상 속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나탈리 · 좋은 디자인의 배경에는 뚜렷한 철학적 생각과 감정이 함께 존재해야 해요. 제게 디자인이란 비례와 물성, 그리고 옷이 인체와 맺는 유기적인 관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애쓰지 않은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가까이 다가설수록 뜻밖의 디테일을 펼쳐 보이는 디자인에 마음이 끌려요. 그리고 그 깊이감을 완성하는 핵심이 바로 장인정신입니다. 정성껏 잘 만들어진 피스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피부로 먼저 느껴지니까요.



“레오니를 만들며 가장 지키고 싶었던 단 하나의 가치는,

결코 그 ‘느낌’을 타협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설명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와닿는 아우라,

과하게 꾸미지 않아도 깊이가 느껴지는 그 미학적 감각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죠.”

— Nathalie



Nour Ribbed Silk Georgette Top



레오니는 그저 더 많은 옷을 양산해내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진정한 의미를 품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몰두할 뿐이다. 한 벌의 옷 뒤에 깃든 수공예적 가치와 시간, 그리고 치열한 과정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그들은 소량의 리미티드 에디션과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핸드메이드 피스만을 고집한다. 나탈리가 언제까지나 레오니라는 이름 아래 지켜내고자 하는 가치가 바로 이것이다.


Siena Draped Jersey Top




Balance · 여러 개의 나

일과 삶의 경계에 억지로 선을 긋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깊이 닮아 있다. 아직 피어나는 단계인 신생 브랜드 레오니는 아이처럼 세심한 시간과 온전한 정성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두 사람은 패션 바깥의 일상적인 경험이야말로 영감이 싹트는 진짜 터전임을 잘 알고 있다. 스쳐 지나가는 대화 한 조각, 눈길을 사로잡는 건축과 자연, 누군가가 몸을 움직이는 섬세한 방식까지. 아틀리에 문을 나선 뒤에도 그들의 영감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진다.


Nathalie’s daughter-in-law, Nathalie, grandson, and daughter



동시에 두 사람은 한 걸음 물러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웠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대개 애써 찾고 있지 않을 때 찾아오기 때문이다. 가족을 꾸리며 나탈리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모든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무엇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은 내려놓아도 되는지를 보다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나탈리에게 균형을 찾는다는 것은 자신을 하나의 모습으로만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여성에게는 야심 있는 사람, 현재에 충실한 사람, 창의적인 사람, 돌보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기대가 동시에 주어지지만, 삶은 결코 그렇게 선형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삶의 어느 시기에는 다른 부분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영역이 생기기도 하며, 나탈리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균형 잡으려 하기보다 자신의 모습이 계속 변화할 수 있도록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당신은 자신을 한 가지로만 규정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동시에 여러 사람일 수 있고,

의미 있고 야심 찬 삶을 원한다고 해서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 Nathalie



Nathalie’s family portrait



필리파의 일상은 창작과 삶이 자연스럽게 엉켜 있다. 스톡홀름의 집에서 작곡가인 파트너 야콥과 함께 생활하는 그녀의 공간은 다분히 창의적이고 보헤미안적인 기운으로 가득하다. 늦은 밤까지 한쪽에서는 옷을 꿰매고 다른 한쪽에서는 음악과 글을 써 내려가는 일상.



“작곡가인 파트너 야콥과 한 공간에서 각자의 창작에 몰두하는 밤.

서로 다른 예술적 언어가 교차하는 그 온도가

저에게 또 다른 감각적 자극이 돼요.”

— Filippa



Filippa and Jacob



필리파가 균형을 잡기 위해 붙드는 원칙은 자신의 직감을 믿는 것이다. 처음 어떤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접했을 때 옳다고 느껴지는 그 감각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녀는 그 감각에 가까이 머무르려 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압도당할 때면 그녀는 일을 단순화하고, 지금 이 순간 정말로 중요한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때로는 일에서 잠시 멀어지는 것 — 달리기를 하고, 고요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Closing · 처음 만나는 한국에게

TPS · 한국이 레오니를 처음 만납니다. 어떤 브랜드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필리파 · 레오니는 수공예와 여성미, 선명한 조형미를 기반으로 한 스웨덴의 이머징 패션 레이블이에요. 저희의 관심은 옷과 입는 사람의 개성이 이루는 미학적 교감에 있습니다. 옷이 몸을 드러내는 차원을 넘어 한 사람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는 방식을 탐구하죠. 수공예 디테일과 클래식한 기법을 동시대적인 실루엣 안에 조화롭게 세워가는 것이 저희 컬렉션입니다.


Lore Wool Silk Sculptural Jacket



나탈리 · 저희는 스칸디나비아의 유산에 뿌리를 두되, 흔히 기대되는 북유럽 미니멀리즘 너머를 바라봐요. 구조적인 형태와 관능, 움직임, 그리고 전통 수공예와 동시대 디자인 사이의 대화에 관심이 있죠. 저희는 천천히, 소량으로 작업하며 옷 뒤에 놓인 손과 사람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요.



“한국에서 레오니를 마주하는 분들이,

머리로 이해하기에 앞서 마음으로 먼저 무언가를 느끼기를 바라요.

그 안에 담긴 명확한 태도와 감정, 그리고 조용한 강인함을요.”

— Nathalie



Indira Silk Georgette Top



두 사람이 그리는 레오니의 미래는 선명하다. 거세게 밀려드는 트렌드를 맹목적으로 좇지 않아도 독보적인 정체성을 발휘하는 하우스. 수공예의 밀도와 아틀리에의 친밀함을 온전히 수호할 수 있을 만큼 유기적이되, 그들이 담아낸 여성성을 한눈에 알아보는 이들에게 가닿을 만큼 충분히 열려 있는 브랜드. 세월을 초월하되 결코 멈춰 서지 않는, 매 컬렉션마다 처음의 본질을 잃지 않은 채 깊이 있는 또 하나의 장(章)을 써 내려가는 공간. 필리파의 말처럼, 그들은 마침내 레오니가 ‘그 자체로 완벽한 하나의 세계’로 완성되기를 꿈꾼다.



LEONÍ

Craft, femininity and form · Stockholm


🔗 인스타그램  🔗 레오니 컬렉션



Copyright ⓒ 2026 THE PAVI SOCIETY All rights reserved.


르베를렌 ㅣ 김수연 ㅣinfo@thepavisociety.kr ㅣ 863 18 01443 ㅣ 2022 성남분당B 0024 ㅣ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동판교로52번길 9-4 B1 ㅣ 0507-1339-9198

Copyright ⓒ 2026 THE PAVI SOCIETY All rights reserved.